대장 마을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오징어처럼 큰말이 몸뚱이고, 섬말이 머리에 해당되는 것처럼 보인다. 오징어 보다는 장구라고 해야 할까? 두 개의 산언덕에 마을이 들어섰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대장 마을, 섬말 전경 <국토지리정보원>

부천의 마을들은 굴포천이 한강으로 연결되고 이 한강이 서해로 연결되어 있어 늘 범람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기에 산언덕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지 않은 옛마을은 하나도 없다. 다만 굴포천이 정비되어 장말 일대, 약대 일대, 오정 일대, 시우물 일대, 멧 마루 일대, 고리울 일대, 대장 일대가 논으로 바뀌었을 때는 마을 집들이 더 낮은 곳에서도 생겨났다.

그러기에 대장 마을은 수명산을 거치고 오쇠리에서 연결된 조금 높은 산자락을 토대로 해서 마을 집들이 지어졌다. 처음에는 대장으로 불리는 큰말에서 주로 살았고, 조선 중종 때 김안로에 의해 추진된 굴포천 운하 건설로 굴포천 확장 작업이 벌어져 수해가 줄어들었을 때에는 섬말에도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 말쯤에 섬말에 여러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해서 지금과 같은 마을 꼴을 갖추었다.
 
대장 마을은 오정에서 오쇠리로 가는 오정로를 타고가다 현대LPG 충전소 삼거리에서 대장로를 타고 들어간다. 대장로 오른쪽에 대장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덕산 초등학교 대장분교. 마을로 들어가려면 대장교를 지나야 하는데 옛다리도 놓여져 있다. 옛다리는 차량통행은 불가하고 사람들 쉼터로 조성되어 있다. 

이 대장로가 놓인 곳으로 동부간선수로인 농수로가 흐르고 있다. 현재의 동부간선수로는 오정 누른말 지역에서 끊겨 있다. 오정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중앙을 관통하는 동부간선도로를 무자비하게 메워 버렸다.

시우물쪽은 아예 메워 도로로 사용하고, 약대에서 장말까지는 아파트 단지의 둔덕으로 만들어 나무를 심어놓았다. 예전에는 오정, 시우물, 약대를 지나고 장말까지 연결되었다. 지대가 높은 장말까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우물, 옛한국화장품 공장 앞에 양수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동부간선수로가 장말까지 그대로 있다면 부천의 환경은 그만큼 나아졌을 터인데, 오로지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부천시를 관통하는 개천 역할을 하는 동부간선수로가 오정, 대장 마을에만 남게 되었다. 그나마 부천 둘레길 제4코스로 대장들길에 포함되어 있어 부천 시민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선사해 주고 있다.
 

대장 마을 복지회관 봄 <한도훈>

 
조선 시대 때는 부평도호부에서 양화진 철곶포까지 큰길이 놓여져 있었다. 기전읍지 부평지도에는 이를 가리켜 거경대로(距京大路)라고 표기했다.

‘한양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경기읍지 부평지도에는 그냥 대로(大路)로 표기되어 있다. 부평도호부에서 파발마를 띄우거나 등짐 진 보부상들이 수시로 걷던 부천에서 가장 유서 깊은 길이다.

이 대로가 대장 마을을 지나면서 고리울내를 만나게 되는데, 이를 건너기 위해 다리가 놓여졌다. 이를 대장교(大壯橋)라고 한다. 부평도호부에서 한다리를 건너고 벌판을 걸어온 다음 대장교를 건넌 뒤 오쇠리로 연결된 대로를 따라 한양으로 갔다. 이 대장교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록된 바가 없다. 지도에는 굴포천과 고리울내가 크게 그려져 있고, 대장교도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대교(大橋)는 세칸으로 되어 있었는데, 양쪽 끝은 처지고 가운데는 높여서 무지개처럼 만든 둥근 홍예 다리로 되어 있었다.  

대장(大壯)의 어원 
전국에 있는 대장 마을 이름을 보면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다. 대장(大壯)이 가장 많고, 대장(大庄), 대장(大藏), 대장(大場), 대장(大長), 대장(大將), 대장(大薔) 등으로 쓰고 있다. 이렇게 한자가 각기 다른 것은 그 어원이 ‘대재이’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뒤에 ‘이’는 장소를 가리킨다. 대재라는 것은 높은 산언덕을 가리킨다. 대장 마을은 굴포천에서 바라보면 제법 높은 산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높은 산언덕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뜻인데, 이게 한자로 표기되면서 대장(大將)이라는 의미로 쓰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장이란 말에서 유추한 아기장사 설화가 탄생하기도 했다. 마을 이름은 인장(人壯)에서 대장(大將)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는 이 지역에서 우뚝 선 사람이 태어난다는 풍수지리설에 의한 것으로 우뚝 선 사람이란 곧 인장을 뜻한다고 풀이되어 대장이라 하였다. 그러한 연유로 옛날 이곳에 아기장사가 있었다는 설화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대장 마을은 큰말, 안동네로 부른다. 그런데 대장 마을로 불러야 한다. 대장이란 말이 워낙 굳어져 있어 대재이는 그냥 사라진 언어가 되었다. 대재이는 ‘대장 마루’라는 뜻으로 되살렸으면 한다. 오정 마루, 멧 마루, 조 마루 등과 같은 산등성이다.

대장 마을을 지나면 섬말도 있다. 대장과 섬말 사이에 흐르는 개천이 있었다. 섬말도 제법 높은 산언덕으로 되어 있다.
 

한도훈

한도훈 1961년 전남 나주의 농촌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역사, 문학 등을 좋아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문학인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해 왔다.
부천에 터를 잡기 시작한 것은 1989년도이다. 이때부터 책사랑 도서실 운영, 부천시민신문 기자, 부천실업학교 국어교사, 부천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부천문화원 백일장 심사위원장, 부천시립도서관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부천이뉴스, 미추홀신문, 월간 사람과 사람들에서 편집인, 편집국장으로 일을 했다.
부천문화원 향토사 체험학습 강사를 하면서 부천지역 역사탐방을 진행했다. 부천 지역사회교육협의회에서 부천역사문화 해설사 과정에서 강사로 참여했고, 부천시 향토역사퀴즈왕 선발대회 총괄 주관을 맡기도 했다.
콩나물신문사 편집위원장으로 ‘내고향 부천이야기’ 연재를 했으며, 부천향토연구회 콩시루에서 부천역사 해설사 강좌를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 인천작가회의 회원, 시와문화 작가회 회원, 시산맥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천 역사문화 관련 집필로는 ‘부천시사 땅이름 분야 집필’ ‘부천의 땅이름 이야기’ ‘신나게 부천을 배우자’ ‘장말도당굿’ ‘부천역사문화투어’ ‘고리울 가는 길’ ‘대장 마을 가는 길’ ‘대장 마을 사진집’ 등이 있다. 소설집으로 ‘벌거벗은 신들의 세상1, 2’가 있으며 동화로는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소라의 용못’ 등이 있다. 시집으로는 ‘오늘, 악어떼가 자살을 했다’ ‘홍시’ ‘코피의 향기’가 있다. 시와문화 신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