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제작사 페이지1컴퍼니(Page1)가 연극 <어나더컨트리> 재연 캐스팅을 공개했다. 연극 <어나더컨트리>는 1930년대 영국의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두 소년의 이상과 사상, 사랑 등을 다룬 작품이다.

귀족 기숙학교이니만큼 같은 성별의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는데, <어나더컨트리>의 경우는 남학생들이 함께 살아가는 기숙사 중 가장 명문이라고 불리는 기숙사 ‘개스코인’을 배경으로 한다. 2019년 초연 당시에 신인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던 만큼 2020년 재연 캐스팅 소식에도 역시 신인 배우들이 자리 잡아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인 배우의 캐스팅만큼 눈길을 끄는 점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여성 배우의 캐스팅이다. 남학교를 배경으로 했으니 남성 배우들이 배역을 맡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공연계에 부는 ‘젠더 프리 캐스팅’의 트렌드를 따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확히 말하자면 여성 배우가 남성 캐릭터를 맡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배역의 성별을 정하지 않는 젠더 프리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여성 배우가 연기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남학생으로 표현한다는 소식에 공연 애호가들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대부분 남성만 출연하던 극에 여성 배우의 출연 소식이 들리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다만 여성 배우가 맡은 역할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분명하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서열과 위계질서가 엄격한 기숙사 내에서 가장 어린 하급생이고 선배들에게 협박과 위협을 받으며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캐릭터이다.

여성 배우에게 소리치고 위협하는 상대 배우가 모두 남성인 상황인데, 이런 모습을 보면 아무리 배우의 성별에 대해 배제하려고 해도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무대에서는 남성 캐릭터이기 때문에 배우의 성별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위협을 받으며 생활하지만, 선배의 위로를 통해 조금씩 변화를 보이는 모습이 분명히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 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 그 자체에 의의를 두기도 한다.

앞선 두 입장과 유사하지만 색다른 길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원래 남성 캐릭터만 등장하는 연극에 여성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다른 배역에도 여성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게 된다면 관객이 느끼는 불편함 또한 덜 수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여성 배우들이 공연에 참여함으로써 여성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외에도 연출 방향을 수정하거나 대본을 각색했을 수도 있다는 등의 추측 겸 대책 제시가 다양해지면서 공연 애호가들이 주체적인 소비를 하는 모습이 더욱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연극 <어나더컨트리>는 2020년 6월 10일부터 같은 해 8월 16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1관에서 공연된다.

※기자 본인은 연극 <어나더컨트리> 초연 공연을 여러 차례 관람하였으며, 극의 내용과 캐릭터의 특성 등을 파악한 입장에서 기사를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청소년기자단 김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