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교 연극영화학과의 재학생 성비는 '여성 : 남성 = 58 : 42'로 여성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커리어넷과 같은 사이트에서도 재학생 성비가 여성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6년까지 개봉한 영화들의 감독 성비는 '여성 : 남성 = 1 : 9'라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출처: 부산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수자 영화정책 연구 - 성평등 영화정책을 중심으로-», 영화진흥위원회, 2018, 23-24쪽 / 여성독립영화제 텀블벅 페이지)

그뿐만 아니라 여성은 남성보다 리더십이 부족하다거나, 촬영 현장을 혹독하기 때문에 여성은 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여성독립영화제'는 이렇게 남성 중심적이고 성차별적인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존재와 활동을 주목하고 알리겠다는 목표로 기획되었다. 한국 영화계의 성차별을 극복하고, 여성 영화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영화제이다.

인터뷰를 통해 서울여성독립영화제의 정보와 영화계 여성들을 위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Q. 서울여성독립영화제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A. (정윤) 저희 서울여성독립영화제는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신생 영화제입니다. 서울여성독립영화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한 마디는 ‘여성이 ( ) 만든다’라는 슬로건인 것 같아요. 비어 있는 괄호 속에는 ‘영화’가 들어갈 수도, ‘영화제’가 들어갈 수도, ‘한국영화계의 변화’가 들어갈 수도 있어요. 여성들이 뭐든 만들 수 있다는 의미죠. ‘영화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과 미투 운동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계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고 성차별적이에요. 그 속에서 여성영화인들의 존재와 활동을 주목하고 알리겠다는 포부에서 서울여성독립영화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서울여성독립영화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정윤) 사실 처음부터 영화제를 만들려던 건 아니었어요. 영화제로 발전하기 이전의 아이템은 작은 여성영화 상영회였죠. 그런데 회의를 하다 보니, ‘우리의 상영회가 여성영화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조금 긴 논의를 거친 결과 기존에 기획했던 상영회보다 판을 키우되 조금 덜 알려진, 작은 여성영화들을 상영해보자는 의견으로 좁혀졌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서울여성독립영화제예요.  

(소희) 처음엔 ‘영화를 하는 여자들이 이렇게 많다, 여자가 만드는 좋은 영화가 이렇게 많다’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대학교 영화과에 딱 입학을 했는데, 정말 이상하더라고요. 영화과에서는 정말 많은 여자들이 정말 재미있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영화제에는 ‘어떻게 저런 영화가 선정되는 거지’ 싶은 작품들이 있고, 그 와중에 여자들이 만든 영화는 왜 상영되지 않는 건지 의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작업을 했던 여자 선배들이 영화를 그만두고, 영화계 내 성폭력 사건들이 터지고, 저보다 현장 경험이 많은 감독님들이 저랑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걸 볼 때 ‘내가 계속 영화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영화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재능 있는 여성영화인들이 그만두는 것도 그만 보고 싶었고요. 그래서 영화제를 시작하게 됐는데, ‘정말 많은 여성영화인들이 좋은 작업을 많이 하고 계시는구나’ 하고, ‘그러니까 절대 놓지 말자’ 하면서 오히려 힘을 받고 있어요.  

(아영) 각 장르에서 말하는 '현장'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이 계속되는 거 같아요. 영화 내에서 소위 현장이라고 한다면 연출, 촬영 등을 말하고 대외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도 동일하죠. 그럴 때 영화제에서 활동하거나 영화 관련 글을 쓰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은 과연 현장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일을 좋아하고 잘 해나가고 싶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영화인으로 소개하는 일은 어렵게만 느껴져요. 제게 이런 어려움을 조금 덜어주고 자신을 갖게 해주는 공간이 여성영화제였어요. 각자가 생각하는 여성영화와 여성 의제 논의가 주요하게 이뤄지는 만큼 영화 촬영 현장 경험이 거의 없는 제게도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느낌이에요.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형성된 환경이 몇 없는 만큼 개인에게도 공동체와 영화계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라요.    

Q. 서울여성독립영화제의 목표, 비전이 있나요?  
A. (온리) 여성 관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더 많은 여성영화인들의 작업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고요. 관객과 작업자 모두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해요.  

(정연) 지금보다 한국의 여성 감독들이 더 늘어나고, 활약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여성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영화계를 떠나는 일도 없었으면 해요.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여성영화제 그리고 여성영화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고, 종국에는 여성영화제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온다면 좋겠어요.  

Q. 서울여성독립영화제가 어떤 사회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또는 어떤 사회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A. (유진) 저희 영화제를 통해 여성영화인들이 앞으로도 계속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셨으면 해요. 장기적으로는 여성 영화감독과 남성 영화감독의 성비율 격차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온리) 주체적인 여성 서사들이 많이 유통되었으면 좋겠어요. 미디어 속 변화한 여성상이 많은 여성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데, 사소한 것일지라도 계속해서 여성의 이야기가 많이 노출되었으면 해요.  

(정윤) 여성영화를 만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극장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영화제라는 창구를 이용해볼 수도 있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해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로 여성영화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하는데, 아직까지도 멀티플렉스 극장가에는 남성 감독, 남성 주연의 영화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죠. 영화제라는 문화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개봉작 정도를 찾아보시고 여성영화 관람을 포기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울여성독립영화제를 통해서 여성영화제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곳에서 다양한 여성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여성 서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저희 영화제를 찾는 분들 중에 여성 서사를 여성 서사를 소비하기 위해서 영화제라는 행사를 아주 처음 경험해보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을 볼 때 저희가 만드는 변화를 조금씩 체감하기도 해요.    

Q. 서울여성독립영화제가 한 사람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또는 어떤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A. (소희) 여러 가지 현실에 부딪히고 지쳐서 ‘내가 영화를 해도 될까? 영화를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여성영화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나아가서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해요.  

(온리) 여성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관객 분들이 지속적으로 여성영화인들의 창작물에 관심을 가지고, 소비해 주셨으면 해요.  

Q. 앞으로 영화계의 성차별을 줄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개인이, 그리고 서울여성독립영화제 같은 단체가 실천할 수 있는 노력에는 각각 무엇이 있을까요?  

A. (아영)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이미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에요. 단지 ‘예술은 그런 거야'라는 사고방식으로 생계보다 작업을 우선시해야 '진짜 예술가' 타이틀을 달아주고 그게 당연한 듯 여기는 사고는 예술이 직업으로서 권리를 갖는 데 큰 방해물이 되고 있죠. 오는 5월 15일에 20대 마지막 임시국회 회기가 마무리되는데, 법사위와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예술인권리보장법'은 폐기돼요. 미투 운동과 문화예술계 노동권 및 저작권 침해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너무나 많아요. 예술계 내 권리 보장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영화계 내 성차별도 함께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영화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창작자가 만든 결과물이 관객에게 소개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겠죠.
서울여성독립영화제는 상영작 선정에서부터 여성영화인과 여성 영화 소비를 독려하기 위한 여러 기준을 두고 있어요(서울여성독립영화제 소개 참조). 나아가 상영작들은 지금 얘기되고 있거나 더 다뤄져야 할 페미니즘 의제가 녹여진 영화가 대부분이에요. 이런 감상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날 거라는 생각이에요. 그것들이 이어져서 "서울여성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됐으니 좋은 여성 영화겠다" 라는 말이 나오고 이로 인해 창작자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열린다면 저희에게도 여성영화계에도 더없이 좋으리라 생각해요.    

Q. 서울여성독립영화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예비 여성 영화인들이 서울여성독립영화제에서 활동가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소희) 저는 영화제가 좋아서 다른 영화제의 자원활동가로 몇 차례 활동을 했었고,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서울여성독립영화제를 만들게 되었어요. 영화제의 활동가가 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니, 원하시는 영화제의 사이트에 들어가 어떤 방식으로 모집을 하는지 알아보시고 준비하시는 게 좋을 듯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나와 잘 맞는 영화제 찾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서울여성독립영화제 같은 경우는 아직 규모가 작은 영화제인지라 현재로서는 활동가 충원 계획이 없지만, 조금씩 천천히 단단하게 몸집을 키워나갈 예정이니 조만간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활동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관심있게 지켜봐주세요.  

(아영) 현재 서울여성독립영화제 이외에도 여러 여성영화제가 있어요. 운영 방식을 비롯해 자원 활동가, 스태프(계약직 혹은 정규직), 단체 활동가(상근직) 등 구성원을 조직하는 방식도 다르죠. 영화제에서 활동을 하고 싶으시다면 각 영화제마다 조직 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모집 및 구직은 언제 시작하는지 과거 공지사항들을 살펴보시길 바라요. 원하시는 업무가 자격 요건 혹은 우대 사항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 알아본다면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Q. 서울여성독립영화제를 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예비 여성 단체 활동가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으신가요?  

A. (유진) 가장 큰 어려움은 금전적인 문제. 각자 생업이 따로 있는 상태에서 영화제를 하다 보니 ‘활동가들이 고갈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어요.  

(정연) 서울여성독립영화제를 시작할 때 어느 기관의 지원도 받을 수 없었어요. 때문에 영화제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제일 컸어요. 또한, 10명도 채 되지 않는 활동가 내에서 모든 역량을 소화했어야만 했어요. 나도 나지만, 내 곁의 소중한 동료들이 지쳐 떠나진 않을지 걱정이 있었죠.    

Q. 영화인을 꿈꾸는 여성 청소년들, 여성 단체 구성을 꿈꾸는 여성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유진) 활동을 하며 좋은 일들도 많지만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고갈되기 쉽기 때문에 본인이 지치지 않고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추천 드리는 방법으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 그리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는 것 등이 있겠습니다.  

(정연) 영화인을 꿈꾸는 여성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이 말은 역으로 제가 영화인으로서 활동할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어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끝까지 밀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모든 여성 영화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싶어요.

서울여성독립영화제는 2020년 6월 26일 금요일부터 2020년 6월 28일 일요일까지,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 3관 상영관에서 2회를 맞이한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도 기획 중에 있다. 금요일에는 올해의 출품 경향을 반영한 제2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 포럼, 토요일에는 동시대 한국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쟁점을 다루는 서울여성독립영화제 토크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제 2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 SNS 계정 (TWITTER @siwolf2019 / INSTAGRAM @siwolf2019), 블로그 (https://blog.naver.com/siwolf2019) 또는 텀블벅 (https://tumblbug.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청소년기자단 박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