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는 수

결국 이낙연 선거 캠프 책임자 설훈, 홍영표가 민주주의를 도끼로 찍어내는군요. 자기네가 마련한 경선 규정에 이의를 제기한다네요.

빅수는 비기는 수입니다.
이긴 자도 없고, 진 자도 없는, 무승부 상황을 일컫는 단어이지요. 장기판에서 마, 상, 차는 각자 공격하는 법이 있지만, 왕과 사는 왕궁 안에서 한 칸씩만 움직이며 상대방 공격을 피하죠.

장기를 둬본 사람은 아시겠지만, 장기판에서 내 말이 다 죽어버린 상황에서도 내 왕이 상대방 왕을 직선으로 마주 보며 "장이야!"를 부를 수 있습니다.
내 왕이 상대방 왕을 직접 공격하여 살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쪽 왕이 저쪽 왕을 직접 보며 큰 소리치는 절박한 상황을 저쪽 왕이 대접하여 슬쩍 피해주는 게 장기 예법입니다.

그런데 저쪽 왕 피한 자리를 따라가며, 내 왕이 다시 직선으로 "장이야!"를 부를 수 있게 되면, 그게 빅수입니다. 밤새 그 상황을 반복할 수 있으므로, 저쪽은 이길 수 있는 한 수를 더이상 두지 못하면서 무승부를 선언하죠.

좀 억울할 겁니다.
이쪽 공격력을 다 없애고, 왕만 죽이면 이기는 판인데, 거의 패망하게 된 왕을 대우해주다가 비겼으니까요.
그래서 장기 고수는 장기판이 마지막으로 갈수록, 빅수에 빠지지 않게 조심합니다. 그러므로 고수는 빅수를 염두에 두고 장기를 둬야 한다는 거죠.

이낙연 캠프는 민주당 경선 규정에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경선 전에 미리 손봐야 했어요. 미리 손보지 못했으면 정세균과 김두관이 경선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했어요.
그러지 못해서 나온 경선 결과가 아깝고 아쉽겠지만, 그대들은 고수가 아니었습니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하수 밑바닥까지 보여주시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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