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2학년 손녀가 불쑥 내뱉은 욕때문에 제 에미에게 지독하게 혼쭐이 났습니다.
"그런 말을 어디서 배웠냐?"
"그런 나쁜 말이 맘 속에 있었다는 거다."
눈이 퉁퉁 붓게 울고, 용서를 빈 다음 마무리되었습니다.

대부분 한국 부모들은 자녀가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미덕을 발휘하는 편입니다.

불타는 자동차에서 운전자를 구했다는 미담은 널렸습니다. 화물차에서 쏟아진 맥주병을 행인들이 달려들어 줍고, 깨진 병유리를 치웁니다. 노인이 끌고가는 손수레를 밀어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일본에서 이수현은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 사람을 구하고 숨졌습니다.

그런 분위기 탓에, 훌륭하지 못한 일에는 상대적으로 비난이 심합니다. 탁현민은 어릴 적 비행을 여러 번 사과했는데도 낙인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요즘 뜨거운 이재명도 인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따지고보면 전과자는 죄값을 치렀으니, 출소 이후 삶에 주목하면 될 텐데요. 현실에서는 차가운 시선 때문에 새 삶을 꾸려나가기 어렵습니다.

잘 나가는 사람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모범 연예인이라는 굴레를 쓰고 사는 사람들은 실상은 시선에 갇혀 사는 셈입니다. 경연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려 주목받는 어린 소리꾼에게 무대는 화려하겠지만, 일상에서는 조그만 일탈조차 어려울 겁니다. 앞으로 성장하면서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겠죠.

사람이 좀 훌륭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화나거나 기분 나쁘면 욕도 하는 거고, 잘못했다 싶으면 사과하고 화해하면 되지, 어떻게 매사 실수없이 완벽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어린 손녀와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조금 참았다가 중학생때부터 욕을 하면 어떨까, 또는 엄마 있는데서 조심하면 어떨까 하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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