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서신 549
울타리에 갇힌 늙은 호박
처음 태어날 때는 제법 늘씬한 호박이었을 터
이렇게 울타리 철망이 온몸을 조여올 때
무슨 생각이었을까
검독수리가 심장을 쪼는 것만큼 고통스럽거나
한강에서 뛰놀다 가마우지에게 채여져
발버둥치다 놓여난 순간 한숨 쉬는
그런 울타리
일상의 발버둥으로는 벗어나지 못하는 상처
차라리 온몸이 검은 반점으로 얼룩진
마법처럼 정수리에 큼직한 분화구가 생겨나고
거칠게 피어나는 불기둥
아차 목 조여오는 생활 터전에서
반동강 갈라지는 몸뚱이
다들 그렇게 큼직한 흉터 안고 살제
그 흉터에서 호박이 자라고 호박이 늙고
울타리에 끼여 소리나지 않는 장구가 되기도 하제
때론 삭아지고 마모되어 귀퉁이만 남은 삶의 꼬투리
삭정이 하나 없는 삶은 지겨울 밖에...
울타리에 갇힌 늙은 호박
한도훈
처음 태어날 때는 제법 늘씬한 호박이었을 터
이렇게 울타리 철망이 온몸을 조여올 때
무슨 생각이었을까
검독수리가 심장을 쪼는 것만큼 고통스럽거나
한강에서 뛰놀다 가마우지에게 채여져
발버둥치다 놓여난 순간 한숨 쉬는
그런 울타리
일상의 발버둥으로는 벗어나지 못하는 상처
차라리 온몸이 검은 반점으로 얼룩진
마법처럼 정수리에 큼직한 분화구가 생겨나고
거칠게 피어나는 불기둥
아차 목 조여오는 생활 터전에서
반동강 갈라지는 몸뚱이
다들 그렇게 큼직한 흉터 안고 살제
그 흉터에서 호박이 자라고 호박이 늙고
울타리에 끼여 소리나지 않는 장구가 되기도 하제
때론 삭아지고 마모되어 귀퉁이만 남은 삶의 꼬투리
삭정이 하나 없는 삶은 지겨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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