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공이 원숭이에게 말했습니다.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겠다(조삼모사)."
원숭이는 크게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저공은
"그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는 어때(조사모삼)?"
그러자 원숭이가 좋아했죠.
어차피 도토리는 똑같은 7개인데, 원숭이가 저공에게 속았으며 어리석었다고 하네요. 과연 그럴까요?

우리집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용돈을 1주일에 5천원씩 주었어요. 그런데 언젠가 4주에 2만원을 달라는 겁니다. 그렇게 주었더니 하루이틀 사이에 2만원을 쓰고 나머지 28일을 힘들게 보내더라구요. 제가 보기에는 계획적이지 않은데도 본인은 그게 좋다는군요. 용돈을 어떻게 쓸지는 본인이 알아서 판단한다는 겁니다.

원숭이는 도토리 7개 먹는 방식을 두고 본인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싶었을 겁니다. 같은 7개라도 활동하는 낮을 위해 아침에 4개, 잘 밤이니 저녁에는 3개를 먹는게 좋을지 모릅니다.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인간과 대등하게 협상할 줄 알았습니다.

일부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찍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금방 나라가 어떻게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때도 망하지 않았으며, 국민이 촛불을 들고 저항했다는 겁니다.
만약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어 딴짓하면 그때 가서 촛불을 들어 쫓아내면 되고,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회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될 거라고 합니다.
국정을 아주 쉽게 이야기합니다. 보고싶은 것만 봅니다. 편협합니다.

이 말 원조는 유시민이었을 거예요.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이명박이 정동영을 꺾고 대통령이 되었죠. 그후 이명박 정부는 시위대를 막으려고 차벽을 세웠으며, 반대쪽 사람들을 여기저기에서 쫓아내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밥줄을 끊어놓았습니다.

사람들은 나라가 망하는 기준을 우크라이나처럼 국토가 침탈되고, 러시아 식민지가 되는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부에서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항복을 권합니다. 러시아 꼭두각시가 되더라도 국민을 사지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거죠. 망한 기준을 국민이 죽어나가는 것에 두었습니다.

저는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며 촛불을 들면 나라가 망했다고 봅니다. 역량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촛불로 풍찬노숙하며 소진하게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전쟁때문에 우크라이나만 망한 게 아니라, 러시아도 망한 겁니다. 러시아 주가는 반에반 토막으로 떨어지고, 원자재와 생필품 값은 폭등하고, 시중에 루불화가 없고 국민은 달러를 비축합니다. 러시아 여기저기에서 반전 시위로 수천 명이 체포되었으며, 징집과 계엄을 피해 러시아 사람들이 국외로 탈출합니다. 러시아 국권이 살아있지만, 망한 겁니다.

어느 국가든 전쟁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예상되는 후유증이 있으면 대처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딴짓하면 그때 가서 촛불을 들자니요? 왜 그런데 국력과 국민 역량을 낭비하게 하는 거죠? 이쪽 지지자 40%와 저쪽 지지자 40%로 갈라져 맞서는데 촛불을 든다고 지난 번처럼 진행될까요?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때, 전쟁을 우습게 알고 국민을 개 이하로 보며, 혐오와 분열과 증오를 남발하는 위험한 후보를 피해야 합니다.
위험한 후보를 뽑아놓고 그때 가서 다시 주체적인 사람으로 살자고 촛불을 들어야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