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자는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표를 빼오려 하지 말고, 진보정당 지지자도 자기가 좋아하는 진보 정당 후보에게 투표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표가 아쉬우니, 민주당 지지자는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되지도 않을텐데 사퇴하라, 검찰공화국에서 살고싶냐는 등 험한 말을 하네요.
진보정당 지지자들도 1번이나 2번이나 똑같은 놈들이며, 그 둘 중에서 누가 당선되도 나라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미래를 위해 진보정당 후보에게 표를 달라고 합니다.

그럴 겁니다.
진보쪽에서 보면 민주당, 국힘당이 모두 보수일 뿐이지요. 그걸 잘 표현한 말이 "오십보백보"라는 말입니다. 오십보백보는 "거기서거기, 도토리키재기"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전투를 치르는데, 전우가 50보를 도망가거나 100보를 달아나면 너무나 야속할 겁니다. 혜왕은 맹자에게 자신의 선정을 자랑했지만, 맹자는 당신도 다른 임금과 다를게 없다고 설명할 때 비유한 말입니다.

그런데 50보쯤 도망간 병사는 좀 억울할 겁니다. 본인은 잠시 망설였다가 도망갔고, 전우가 도와달라고 소리치면 어쩌면 돌아갈 수 있는 곳에 있는데, 아예 초장부터 달아나 저 멀리 100보쯤 도망간 병사와 같은 값으로 간주하거든요.

진보정당이 놓치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50보 차이를 두고 이쪽저쪽이 서로 40%쯤 결집하여 나머지 20%를 향해 합류해달라고 절박하게 손짓합니다. 말하자면 진보정당 사람들이 똑같은 놈들이라고 애써 외면할 때, 80% 대중은 이재명과 윤석열 사이에서 그 섬세한 차이에 목숨 걸고 투표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 진보정당과 소수정당이 그 섬세한 차이를 정강에 조금씩 반영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80% 대중한테 계속 외면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심상정이 토론회에서 그 귀한 시간을 쪼개 장애인 이동권, 성폭력 희생자를 위해 발언한 것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상은 하늘을 향하더라도, 발은 현실을 딛고 있어야 하는 거죠. 정의당 10% 지지율이 반영되어 국회의원 30명을 배출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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