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버섯 농장에서 봄농사 맞이 대청소를 했습니다. 몸을 힘들게 움직여 대선 후유증에서 벗어나려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지?
내가 아는 선에서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차분하게 잘 치렀습니다. 이재명은 끝까지 침착했고, 국민을 설득하려 했고, 진정을 다했습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말조심, 행동 조심하며 선거에 누가 될까 언행을 자제했습니다. 이재명 지지자들은 절박했으며 그만큼 최선을 다했고 품위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좀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했습니다.

정의당도 핵심 지지자말고는 이재명을 찍었다고 봅니다. 민주당 일부 극렬 지지자가 지금 심상정을 비난한다면 그건 염치없는 짓입니다. 양대정당 때문에 평생 패배감을 달고 사는데,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면서 급할 때마다 손을 내민 소수정당에게 미안해 하는게 도리입니다. 물론 모두 최선을 다했으므로, 그만큼 허탈하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태국, 베트남에 여행 가면 악어쇼를 볼 수 있습니다. 조련사가 악어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기도 하고, 심지어 관광객을 불러내 악어 아가리에 넣은 귀중품을 꺼내 가라고 합니다. 이 사진에서 아이는 악어 아가리에 있는 장난감을 꺼내려고 머리를 집어 넣었습니다. 아찔합니다.

민주주의는 악어 아가리와 같습니다.
잘 운영되고 민중이 성숙하면 위험이 잦아들지요. 그러나 불안하고 민중이 분열하고, 갈등이 고조되면 아가리를 닫으며 입안에 든 사람을 죽입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국힘당 계열 대통령이 이런 민주주의를 함부로 훼손하면서 해외로 망명하고, 사살되고, 구속되었습니다. 유일하게 김영삼 대통령이 그 아가리에서 벗어났는데요. 김영삼은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같은 굵직한 일을 처리했습니다. 경제를 몰라 외환위기로 IMF사태를 불러왔지만, 민주주의를 아는 대통령이었지요.

이걸로 판단해보면 국힘당은 나라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집단이고, 민주당이 그나마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는 집단이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집권하거나, 다수 세력이 되었을 때 민주당이 민주주의 가치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면 국힘당쪽으로 정권이 넘어갑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이놈 저놈이나 수준이 같아져 구별할 가치가 없어져 버린 거죠.

간단합니다.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려면 힘이 있을 때 기득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다당제를 실현하고, 결선투표제와 연동형비례제를 도입하면 됩니다.
당내 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면 이낙연 지지자가 갑자기 윤석열을 지지하는 일이 없었을 겁니다. 당내 민주주의가 안되니, 민주당과 국힘당이 다를 바가 없고, 그 사람들이 가치를 좇지 않고 이해 관계를 계산하는 거죠.

윤석열이 이 악어 아가리에 머리를 넣었습니다. 국힘당이 영구 집권하려면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면 되는데, 벌써 비리 관련자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니 글러먹은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이번 패배에서 벗어날 때 사람을 바꾸지 않아도 좋으니, 어떤 것이 많은 사람이 행복한 민주주의인지를 고민하여 실천하면 됩니다.
이번 대선에서 결선투표제가 실현되었다면 정의당은 전략적으로 당원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했을 겁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정의당도 20석 이상을 차지하는 교섭단체가 되었을 겁니다. 민주주의라는 악어 아가리는 아주 위험하지만, 잘 다루면 재미있고 아슬아슬한 악어쇼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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