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잘 타고다니던 카니발이 올 들어 여러 번 문제가 생겨 그때마다 고쳤습니다.
기계야 고장나면 살살 고쳐가며 쓰는 것이려니 생각하며, 새 차를 타고싶어하는 아내를 애써 외면했는데요.
이제는 카니발과 헤어져야 하나 봅니다.

어제는 서울 음식점으로 목이버섯을 배달하려고 출발했는데, 조짐이 이상했어요. 액셀을 밟아도 잘 안 나간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음식점이 있는 호텔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시동이 안 걸리면 안 되는데.. 다행히 잘 빠져 나왔습니다.
서울 시내 한 복판 도로에서 시동이 꺼지면 안 되는데.. 다행히 시동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내 차를 늘 봐주는 부천 카센터까지 갈 수 있을까?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 목동을 거쳐 막 경인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차는 시속 60킬로를 넘지 못하고 검은 연기를 머플러에서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대공포를 맞은 비행기처럼 꼬리에 연기를 달고 추락할 일만 남은 듯 했지요.

신월 지하차도를 나서면서 아무래도 부천 인터체인지까지 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갓길로 차를 대려고 하는데, 기적이 일어났죠.
내 차가 1차선에 있었는데 마치 길을 터주려고 기다렸다는듯이 5차선 갓길까지 2~4차선에 차가 한 대도 없었습니다.
1차선에서 5차선까지 대각선으로 차를 몰아, 내 차가 갓길에 도착하자마자 시동이 꺼졌습니다.

보험 특약 사항인 긴급 견인을 이용하여 부천인터체인지 근처 지인 카센터까지 갔습니다.
얼마전 상태가 안 좋은 부품을 갈았는데, 오랫동안 함께 해온 부품이 나빠도 다른 부품이 영향을 받고, 부품이 새 거라도 다른 부품이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하네요. 조정하여 앞으로 부품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 잘 살 거니 폐차하지 않고 좀더 타도 된다고 합니다.

사람이나 기계나 낡고 병들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헤어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