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두고 책임지는 고위 공무원이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 공무원이 윤석열 정부 공무원으로 바뀌자 갑자기 무능해진 것이 아닐 겁니다.

우리가 버섯을 식당에 직접 납품하는 때가 많은데, 주방에 들어가면 직원이 콧노래를 부르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말없이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보면 장차 영업이 잘 될 곳과, 안 될 곳이 보이는 듯합니다.

그러니 지금 경찰, 소방, 보건 고위 공무원은 인기없는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지만, 썩 즐겁지 않은 것이지요. 이행하는 척 하면서 납작 엎드려 있다가 일이 터지면 나는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빠져나가기 바쁩니다.

지난 달 어느 행사에 행정안전부가 제동을 거는 바람에 가수 이랑이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상민 장관이 시시콜콜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을 테니, 행안부 고위 공무원이 그런 행사를 알아서 조치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눈치빠른 고위 공무원은 지금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쯤으로 인식하여 임명권자가 불편해할지 모른다고 알아서 기는 형국입니다.

전두환은 남북 대치에서 벗어나는 물꼬를 텄지만, 광주 학살과 폭압 정치로 쿠데타 주범이라는 오욕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김영삼은 군인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같은 굵직한 일을 하고도 경제무능으로 나라를 파탄냈습니다.

지금 고위 공무원들은 윤석열 정부를 전두환 정치 폭압과 김영삼 경제 무능을 섞은 정도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 끝이 보이니 안 움직이는 거지요. 물론 그 끝자락에 도달할 때까지 온갖 풍파를 전 국민이 온 몸으로 겪어내야 한다는 것이 슬픈 일입니다.

다행이라면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쥐고 정보를 빠르게 입수하여, 그때그때 대처하면서 1981년, 1997년 수준에서 벗어나 있다는 거지요.

예컨대 어느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일이 있었는데 대충 넘어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뒷통수에 질문한 MBC 기자가 이제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애써 쌓아올린 국력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 같아 슬프지만, 털어낼 것을 털어내면 좀더 힘차게 도약할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지금 괴로운 건 수준이 높은 국민이지만, 어쩌면 더 괴로운 건 수준이 낮은 윤석열 내외와 그런 부부를 두둔해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