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설[大雪]이다. 많은 눈이 내린다는 의미를 지닌 24절기 가운데 스물한번째 절기다. 눈은 겨울의 상징이고, 어린 시절 아름다운 기억을 회상케 하는 아련한 추억이다. 중국에서 유래한 큰[많은] 눈은, 화북지방에서 해당되는 상황이라서 우리나라에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당현증 前부천시의원

대설 다음 절기가 동지인데, 이 기간을 다시 3등분하여, 초후[初候]에는 박쥐가 울기를 멈추고, 중후[中侯]에는 범이 새끼를 치며, 말후[末侯]는 식물 가운데 여주의 싹이 돋는다고 전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바로는, 이 날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들고 포근한 겨울이 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겨울보다 내·외로 어렵고 추운 계절이다. 갑자기 시인 김수영의 시 ‘눈’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슴에 고인 가래를 눈 위에 대고 마음껏 뱉자고 한 이유는 또 왜일까. 눈[眼]과 눈[雪]의 중의적[重意的]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눈[雪]에는 ‘더러움을 씻다’는 뜻도 있음을 상기할 필요도 있지 않을는지....
 
그래도, 그렇더라도 다시 눈을 떠올리면 문득 김광균 시인의 시 ‘설야’를 다시 찾아 읽고 싶어지는 까닭은 다행일 것이라 스스로 위로해 보고 싶다. 아스라한 시절 소리 없이 눈 내리는 포구를 떠올리면 세사[世事]는 쌓이는 흰 눈 속에 사라지고, 소리 없는 속삭임에 귀를 열면 그곳이 천상이고 무릉[武陵]이고 도원[桃園]일 것이기에 말이다.
 
희디 흰 눈은
결코,
눈이 아닌 시절이다.
 
돌아보면 추억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내일.
 
눈을 씻고
눈을 밟으면,
이미,
눈은 눈이 아닌 오늘.
 
하여,
나루에 가면
눈의 길 위에
눈은 그리움 가득....
 

Tag

#이음플러스뉴스 #당현증 #칼럼 #눈 #대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