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맑으면 갓 끈을 씻고, 강물이 더러우면 발을 씻으라

굴원이 지은 <초사>에서 "어부사"편에 굴원 본인이 등장하여 어부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굴원 본인은 고결하고 깨끗한데, 세속에서 시기하고 모함하여 고위관직에서 밀려났다고 합니다.
이에 어부가 강물이 맑으면 갓 끈을 씻고, 강물이 더러우면 발을 씻으라고 충고합니다. 즉, 훌륭한 사람(성인)이라면 세상에 맞춰 살라는 것이지요.

젊은 시절에 익혔던 이 내용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어부사 내용은 약삭빠르게 세상에 적응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쉬운 말이었지요.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니 어부는 어지러운 세태일 때는 잠시 한 걸음 떨어져 안으로 충실하라고 충고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불의에 맞서 사사건건 먼지를 탈탈 털듯 싸우는 과정이 너무 힘드니, 이럴 때는 잠시 숨을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충고한 것이 아닐까요?
즉, 약삭빠르게 세태에 영합하여 힘센 자에게 줄을 서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역량을 좀더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쏟아보라고 충고한 것 같습니다.

굴원은 이를 거부하고 강에 투신하여 자살합니다.
어부 충고를 받아들여 싸움을 잠시 내려놓고 여윳돈이 있으면, 주식도 하고 부동산도 알아보면 어떨까요? 뜻맞는 이를 구해 개업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구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면 지역 언론, 대안 언론, 시민단체, 복지 단체, 젊은 정치인 등에 정기 후원도 하면서 말이지요.
 

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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