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한효석

우리 사회가 박원순 시장 죽음을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감정 대립이 심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졌어도 구속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만큼 사회가 진전된 것이다. 민주주의가 깊어지고, 백가쟁명하는 세상이니 백화가 만발한다.

이는 불과 몇년전 박근혜대통령 시절, 전단지를 돌리고 법원 정문에서 "멍멍"이라고 했다고 둥글이 박성수씨가 구속된 것을 생각하면 세상이 많이 바뀐 것이다.
그 와중에 웃기는 것은 판사 김태규가 박성수를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구속하라고 판결해놓고, 문재인 정부가 박상학에게 대북전단을 함부로 뿌리지 못하게 제지하자, "표현의 자유가 신음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김 판사는 둥글이 박성수한테는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고, 냉전장사꾼 탈북단체에게는 무한 자유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둥글이 박상수 씨는 김태규 판사를 "사법 어버이연합"이라고 명명하였다.

어쨌든 현재 우리나라는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놓고 쌍소리를 할만큼,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질만큼 표현의 자유가 넓어졌다.

10년전만 해도 나는 일본사람 반응(리액션)을 이해하지 못했다. 맛있으면 저렇게 호들갑스럽게 목소리를 높여야 하나? 예쁘면 저렇게 과장스럽게 표현해야 하나?
오죽하면 옛날에는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은 무표정하고, 심지어 화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랬다. 우리는 반응이 없었다. 제스츄어도 없었고, 표정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방송에서 코미디 프로그램 중간중간 웃는 소리를 넣어주었다.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방송국은 방청객을 동원하여 패널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게 하고, 큰소리로 웃게 하였다. 말하자면 동원방청객은 반응(리액션) 전문가들이었다.
그러더니 우리 연예인들이 우습거나 놀랍다고 스튜디오 바닥에 쓰러지고 뒹굴었다. 강호동이 오락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보며 그랬다. 지금은 너도나도 바닥에 쓰러진다.

그런데 이제는 전 국민이 감정 표현이 과장된 듯하다. 10년전 내가 느끼던 일본사람처럼 한국사람들도 박수치며 목소리를 높여 "맛있다"고 말한다. 친구와 동료 사이에 칭찬도 과잉, 비난도 과잉, 격려도 과잉, 대응도 과잉, 희로애락 감정 표현이 넘쳐난다.

옛날에는 사랑해도 웃고름을 입에 물고, 뒤돌아섰는데, 이제는 앞에 사람을 세워놓고 눈을 마주보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중년 여성들이 젊은 트로트 남가수들에게 대놓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대낮 공공 장소에서 남녀노소가 애정 표현도 적극적이다.

"조문을 거부한다"고 대놓고 발언하고, 그런 국회의원에게 "젖비린내 나는, 똥오줌 못가리는"이라며 비난한다.

나는 이런 감정과잉이 피곤하다. 표현의 자유는 넓어졌지만, 희로애락을 내 기준대로 표현하는게 아니다. 상대방 기준에 맞추어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사람 만나는게 겁난다. 좀더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