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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규 칼럼] 파산면책으로 보증인 구상채무도 사라질까? 대법원, 채무자 ‘악의’ 판단기준 제시

기사승인 25-02-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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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가 파산면책을 신청하면서 채권자목록에 보증인의 장래 구상채무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비면책채권이 될까요? 

최근 대법원은 이에 대해 채무자의 "악의"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면책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와 채권자 보호의 균형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甲(채무자)이 乙 은행(채권자)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丙은 甲의 대출금채무에 관하여 한정근보증을 하였습니다. 그 후 甲이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면서 채권자목록에 乙 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는 기재하였으나 丙에 대한 장래 구상채무는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甲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된 후 丙(구상채권자)이 甲의 대출금채무를 대위변제한 다음 甲을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심법원은 이 사건 구상금채권이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의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 구상금 지급청구를 인용했습니다. 

갑이 채권자목록에 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는 기재하였으나 병에 대한 장래 구상채무를 기재하지 않은 것은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심은 갑이 보증계약 체결 당시 보증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장래 구상채무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2023다26603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특히 재판부는 "채무자의 악의 여부는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의 규정 취지와 함께 면책제도의 이념과 비면책채권으로 인한 채무자의 불이익 등을 충분히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1. 갑은 병이 보증계약을 체결한 지 10여 년이 지나서 면책을 신청했는데, 그렇게 장기간이 지난 면책신청 당시 장래 구상금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2. 병은 면책결정 전까지 은행에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갑에게 대출금채무의 변제를 독촉하는 등 장래 구상금채권이 존재한다고 알리거나 갑과 사이에 장래 구상금채권의 존재를 계속 상기시킬 정도의 인적 관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음

3. 갑은 면책신청 당시 채권자목록에 병의 장래 구상금채권의 기초가 되는 은행의 대출금채권을 기재했고, 달리 병의 장래 구상금채권의 존재를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임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대법원은 갑이 면책신청 당시 병에 대한 장래 구상금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병의 구상금채권이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째, 대법원은 채무자의 "악의" 판단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채무의 존재를 인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악의를 인정할 수 없으며, 면책제도의 근본적 이념과 비면책채권으로 인한 채무자의 불이익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면책제도의 본질적 목적인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 기회 부여라는 측면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입니다.

둘째, 장래 구상채무의 특수성을 인정했습니다. 보증계약 체결과 실제 구상채무 발생 사이의 시간적 간격, 채무자와 보증인 사이의 관계나 상호작용 등 실질적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자의 악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면책제도의 취지와 채권자 보호의 균형점을 적절히 찾았다고 평가됩니다. 특히 장래 구상채무와 같은 조건부 채무의 경우, 채무자의 악의를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채무자의 '악의'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더욱 정교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판례의 축적을 통해 보다 명확한 실무 지침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음플러스뉴스

<저작권자 이음플러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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