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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제작차'는 차창에서 출품하는 차에 비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데요.
1. 중량:병차는 한 편의 중량이 일반적으로 357g인데 비해 주문 제작차들은 주문자의 요청에 따라 몸무게가 결정되므로 380g, 400g, 500g 등 다양합니다. 이놈은 380g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2. 차품:주문 제작차는 주문자가 찻잎을 구해 제작을 의뢰하기 때문에 뛰어난 차품을 가진 놈들이 많습니다. 이놈은 광동 상인들이 포랑 지역의 고수차를 수매한 후 쿤밍차창에서 주문 제작했습니다.
이 차는 전통적인 홍인의 포장지를 채택했습니다. 그런데 차를 포장한 홍인이라는 포장지는 하나의 상징에 불과하기 때문에 포장(형식)과 차(내용)은 자의적[恣意的]관계일 뿐 필연성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포장지가 같다고 내용까지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 일단 40~50년대에 사용했던 오리지널 홍인의 포장지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1940~50년대 보이차의 수출이 본격화되자 ‘중국차업공사운남성공사’는 중차패(中茶牌) 브랜드를 만듭니다. 이 중차패 브랜드의 포장지는 당시엔 수출 전용의 고급차에만 사용되어 대부분이 해외로 판매되었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전설적인 인급(印級)차인 <홍인>의 포장지로 사용된 연유로 흔히 <홍인>이라고 부르는데 현재에도 동일한 포장지로 생산,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이 많지요.
SNS를 통해 이 차를 소개했더니 어떤 분이 “나한테도 그 차가 많다”라고 하십니다. 며칠 후 그분의 차를 한 편 가져오게 하여 품명을 했더니 디자인만 유사할 뿐 내용은 천양지차입니다.
흔히, 보이차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일천한 사람들이 우[愚]를 범하는 대표적인 경우지요. 홍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뿐 그 본질까지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홍인이라는 포장은 단지 名에 불과할 뿐, 반드시 그 實과 상부하지는 않다는 얘기지요.
중차패의 보이차를 품명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포장지를 무시하는 겁니다. 그런 연후에 차를 우린 후 색[色], 향[香], 미[味] 삼 요소를 기준으로 음미한 후 마지막으로 엽저 분석을 통해 찻잎의 원료, 가공, 보관 상태 등 세 가지 요소의 확인을 통해 최종적으로 차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합니다.
많은 분들이 “차는 홍인이 맛있어.”라는 표현을 쉽게 내뱉습니다. 40~50년대에 만들어져 제대로 보관된 오리지널 홍인에 관한 평가라면 누구도 부정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대부분 위의 사례와 같이 홍인의 포장지를 가진 어떤 차의 맛을 모든 차에 적용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요. ‘특칭긍정’이 ‘참’이라고 해서 ‘전칭긍정’이 항상 ‘참’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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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는 보이차를 싸고 있는 형식에 불과합니다. 원료, 기술, 보관 등 보이차의 내용에 의해 포장이라는 형식이 결정되는 것이지 그 역은 참일 수 없습니다. 겉치장만 보고 어떤 사람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처럼 포장만 보고 보이차의 본질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온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지 않는 한...
가마귀 검다하여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
여말 선초의 학자 이직의 시조로 표리부동한 사람들을 꾸짖고 있는 내용입니다.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중장)만 인용하면 윗글의 주제와 통하는 바가 있겠습니다.
김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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