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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경] 보이차의 포장지

기사승인 22-09-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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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谷 김중경 성차사진품보이차 대표 <이음플러스뉴스 DB>
 
1998년도에 홍콩 상인들의 요청으로 쿤밍차창에서 제작한 철병입니다. 이런 차를 <주문 제작차>라고 하지요.

'주문 제작차'는 차창에서 출품하는 차에 비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데요.
1. 중량:병차는 한 편의 중량이 일반적으로 357g인데 비해 주문 제작차들은 주문자의 요청에 따라 몸무게가 결정되므로 380g, 400g, 500g 등 다양합니다. 이놈은 380g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2. 차품:주문 제작차는 주문자가 찻잎을 구해 제작을 의뢰하기 때문에 뛰어난 차품을 가진 놈들이 많습니다. 이놈은 광동 상인들이 포랑 지역의 고수차를 수매한 후 쿤밍차창에서 주문 제작했습니다. 

이 차는 전통적인 홍인의 포장지를 채택했습니다. 그런데 차를 포장한 홍인이라는 포장지는 하나의 상징에 불과하기 때문에 포장(형식)과 차(내용)은 자의적[恣意的]관계일 뿐 필연성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포장지가 같다고 내용까지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 일단 40~50년대에 사용했던 오리지널 홍인의 포장지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1940~50년대 보이차의 수출이 본격화되자 ‘중국차업공사운남성공사’는 중차패(中茶牌) 브랜드를 만듭니다. 이 중차패 브랜드의 포장지는 당시엔 수출 전용의 고급차에만 사용되어 대부분이 해외로 판매되었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전설적인 인급(印級)차인 <홍인>의 포장지로 사용된 연유로 흔히 <홍인>이라고 부르는데 현재에도 동일한 포장지로 생산,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이 많지요. 

SNS를 통해 이 차를 소개했더니 어떤 분이 “나한테도 그 차가 많다”라고 하십니다. 며칠 후 그분의 차를 한 편 가져오게 하여 품명을 했더니 디자인만 유사할 뿐 내용은 천양지차입니다.

흔히, 보이차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일천한 사람들이 우[愚]를 범하는 대표적인 경우지요. 홍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뿐 그 본질까지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홍인이라는 포장은 단지 名에 불과할 뿐, 반드시 그 實과 상부하지는 않다는 얘기지요. 

중차패의 보이차를 품명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포장지를 무시하는 겁니다. 그런 연후에 차를 우린 후  색[色], 향[香], 미[味] 삼 요소를 기준으로 음미한 후 마지막으로 엽저 분석을 통해 찻잎의 원료, 가공, 보관 상태 등 세 가지 요소의 확인을 통해 최종적으로 차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합니다.

많은 분들이 “차는 홍인이 맛있어.”라는 표현을 쉽게 내뱉습니다. 40~50년대에 만들어져 제대로 보관된 오리지널 홍인에 관한 평가라면 누구도 부정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대부분 위의 사례와 같이 홍인의 포장지를 가진 어떤 차의 맛을 모든 차에 적용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요. ‘특칭긍정’이 ‘참’이라고 해서 ‘전칭긍정’이 항상 ‘참’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포장지는 보이차를 싸고 있는 형식에 불과하다. <사진=성차사진품보이차 제공>
 
 
포장지는 보이차를 싸고 있는 형식에 불과합니다. 원료, 기술, 보관 등 보이차의 내용에 의해 포장이라는 형식이 결정되는 것이지 그 역은 참일 수 없습니다. 겉치장만 보고 어떤 사람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처럼 포장만 보고 보이차의 본질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온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지 않는 한...  

가마귀 검다하여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 

여말 선초의 학자 이직의 시조로 표리부동한 사람들을 꾸짖고 있는 내용입니다.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중장)만 인용하면 윗글의 주제와 통하는 바가 있겠습니다.  

김중경

<저작권자 이음플러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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