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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경] 발효차[醱酵茶] 이야기2

기사승인 22-09-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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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농단 성차사를 찾아오시는 분들과 나누는 대화 중 가장 빈도가 높은 화제는 단연 발효차 이야기입니다.

어제도 이제 막 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 입문자 한 분이 찾아와서 그 분과 아래와 같이 대화를 나누었지요.
 
문)“요즘 어떤 차를 주로 드시나요?” 
답)“발효차를 주로 마시고 있습니다.”
문)“보이숙차 말입니까?”
답)“아니요. 국산 발효차를 마시는데요.”
문)우리나라에서 발효차가 생산되고 있나요?
답)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茶 중에는 발효차가 없습니다.

누차 말씀 드리지만 발효라는 개념에는 미생물의 개입이 필수입니다. 게다가 특정  우세균이 단독균으로 작용해야 발효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南谷 김중경 성차사진품보이차 대표 <이음플러스뉴스 DB>
 
예컨대, 김치의 발효과정에는 ‘유산균’이 우세균으로 작용하구요, 청국장의 발효는 ‘바실러스균’에 의한 단독발효지요. 보이생차의 후발효나 보이숙차의 발효과정엔 ‘아스페르질러스니가’라는 곰팡이가 우세하게 작용한다고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산화 변화'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서는, 국산 소엽종 찻잎으로 가공한 산화변화차를 오랫동안 발효차라고 불러왔기 때문에 선뜻 입장을 바꾸려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엄밀한 과학적 사실입니다. 동의하고 싶지 않다면 자신이 발효차라고 부르는 차에 산화효소에 의한 변화 말고 어떤 종류의 미생물이 관여했는지 증명해야 합니다.  

언어는, 언중들의 묵계가 선행되지 않는 임의적 변개가 불가능한 특성인 불가역성[사회성]을 갖습니다. 하지만 언중들의 묵계가 전제 된다면 신생, 성장, 사멸하는 가역성[역사성]도 동시에 갖습니다. 그동안 발효라는 용어를 사용해온 관성 때문에  선뜻 바꾸고 싶지 않겠지만, 바꾸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인간은 사유의 힘을 통해 언어를 창조했습니다. 호모-사피엔스에 호모-로퀜스의 특징이 더해졌지만 이 둘의 관계는 상보적이라서 역으로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심화, 확장하는데 절대적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현대의 상대주의 언어학에서는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한다.”라는 명제를 제시합니다. 

저는  차제에 국내 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지나친 쇼비니즘[국수주의]의 탈피입니다. 우리나라는 한 때 ‘신토불이’ 혹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표현이 유행하면서 먹거리 분야뿐만 아니라 차문화 전반에서 국수주의가 대단히 강한 경향을 보입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자생하던 차나무가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이미세계차학협회에서 운남대엽종 차나무를 전세계 모든 차나무의 모수[母樹]라는 지위를 인정해 카멜리아윈난시스라는 학명까지 부여하고 있는 엄연한 사실에 반하는 주장입니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남의 나라의 문화를 수입해 한층 더 훌륭한 문화로 꽃피운 전례가 많습니다. 송나라 자기를 수입해 상감청자를 만들어낸 고려청자가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차의 생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언어 중 ‘근자감‘이라는 단축어가 유행이지요. ’근거없는 자신감’에 바탕한 국수주의에서 과감히 탈피해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다른 나라 차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럴 때 우리 차나무의 품종 특성에 맞는 우수한 상품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둘째, 지나친 형식주의 탈피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차문화라고 하는 미명 아래 행해지는 여러 행사들은 대개 지나친 형식 위주입니다. 곱게 차려입은 한복에 숨이 멎을 듯 절제된 동작과 찻자리의 장식 등 실제 차 마시는 것이 배제된 형식 위주의 차문화는, 품질 좋은 차의 생산과 소비의 확대 등 차의 저변확대를 통한 차산업의 융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국민 누구나 편하게 차를 즐기는 음다문화를 통해 국민 건강의 증진이라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는 실사구시[實事求是]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두 가지 이념을 차 생활의 금과옥조로 삼고 있습니다. 
           
5천만 국민이 매일 차를 즐기며 국산 발효차를→산화변화차로 바꿔 쓸 때까지 우공(愚公)의 이산(移山)을 위한 삽질은 계속됩니다.

김중경

<저작권자 이음플러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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