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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마을 가는 길 8] 대장(大壯)은 ‘맹꽁이 마을’

기사승인 23-01-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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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마을과 섬말 사이에 작은 공간이 있다. 대장동 복지회관으로 들어가는 길목 언저리에 주차장으로 쓰는 곳이다.

예전엔 이곳에 개울이 있어서 나무다리(木橋)가 놓여져 있던 곳이다. 대장동 복지회관 위쪽에서 개울물이 흘러내려와 고리울내로 합류했다.
 
 
벼가 제법 자란 섬말 <한도훈>
 
 
주차장 뒤켠에 아주 작은 고랑이 만들어져 있다. 나무들도 심어져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호박넝쿨이 나무들을 타고 오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것들은 무심히 그저 거기에 있다.

이곳 웅덩이에서 매년 봄이면 맹꽁이의 울부짖음이 시작된다. 암컷을 찾아 목청 터져라 외치는 맹꽁이들의 처절한 사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극히 좁은 공간에서 암컷 하나를 두고 먼저 차지하기 위해 맹렬하게 울음을 울어대는 것이다. 아니 암컷을 부르는 사랑의 송가(頌歌), 사랑의 세레나데이다.

 
 
맹꽁이 <국립공원공단 생물종정보 갈무리>
 
“맹꼬옹, 맹꼬옹!”
이렇게 규칙적으로 울지 않는다. 수컷 한 놈이 맹맹 거리며 운다. 그러면 곁에 있는 놈들도 이에 뒤질세라 맹맹 거리며 운다. 한 놈이 꽁꽁으로 울음의 음을 바꾼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다양한 울음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그러면 지체없이 다른 놈들도 꽁꽁거린다. 이렇게 맹맹과 꽁꽁을 번갈아가며 밤새워 운다. 치열한 사랑싸움이다.
 
조선 시대 때의 맹자 왈 공자 왈 책 읽는 소리와 똑같다. 마을마다 양반집에서는 이렇게 맹꽁이처럼 책 읽는 소리가 요란했다. 맹꽁이 서당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니다. 맹꽁이처럼 왁자지껄하게 글을 읽었기에 그걸 풍자해서 생겨난 것이었다. 서민들이야 하루 일과의 피곤에 골아 떨어져 세상모르고 꿈나라를 헤매었을 터이지만...

봄이면 대장 마을 사람들이나 섬말 사람들은 시끄러워서 잠을 못잘 지경이란다. 워낙 맹꽁이의 울음이 드세기도 하거니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기 때문이다. 밤에만 우는 것이 아니라 낮아도 운다.
 
예부터 대장 마을엔 맹꽁이 천지였다. 대장의 땅이 늘 습지(濕地)에 젖어 있어서 맹꽁이가 살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벼농사를 짓지 않은 곳은 갈대나 부들이 심어져 있었다.

적당한 양의 물이 고이고 흘렀다. 그러기에 맹꽁이들이 살아가는데 이만한 조건을 가진 곳이 별로 없었다. 대장 마을에선 아침 저녁으로 마주치는 맹꽁이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 동네 사랑방에 모여 맹꽁이 타령도 불렀다.
 
대장동 맹꽁이 타령 
  
얽고도 검고 낮게 앉은 매미 장뎅이 같고
멍석 떡석 떡석 같고
우박 맞은 재태미 같고
그 허리를 썩 내달아 와
왕십리 둘째 집을 울고 나는
맹꽁이가 첫 남편을 이별하고
둘째 남편을 얻었더니
손톱이 질어서 감옥소 가고
셋째 남편을 얻었더니 칠월 장마터에
배추 잎사귀에 빠져 죽었기로
곗돈 찾아러 가는 맹꽁이여라세
그 중에 홀애비 맹꽁이 그 꼴을 보고
나하고 살자고 찌꿍 짜궁 잡아다니
맛이나 봐라고 으슥 한번 잡아보니
구장천에 용돈 달래듯 하네
에이요 데이요 에이요 데이요
오뉴월이라 단오일 송백숙 푸른가지 높다랗게
떡드라니 그네를 매고
녹의 홍상 님들은
오락가락에 중천을 다 하네
에헤이요 에헤이라 광경이로다.

경기민요로 부르는 대장 마을 ‘맹꽁이 타령’이다. 1988년도에 발간한 부천시사에 실려 있다. 대장 주민 하준홍(남, 74)으로부터 채록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렇게 맹꽁이 타령이 유행할 정도로 대장 마을엔 맹꽁이가 살기에 좋은 최고의 보금자리였다. 그 전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긴등 마을과 꽃다리 사이에 있는 오곡습지에 가면 맹꽁이 천지이다. 봄날 이곳에 들르면 맹꽁이 울음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다. 수백, 수천의 맹꽁이들이 한 목소리로 울어댄다. 이들이 이렇게 습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생태계를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 이곳은 예전에 사람들이 살던 집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김포공항에서 골프장을 만든다는 이유로 철거해버려 오랫동안 버려진 땅, 즉 습지로 진화했다.

다른 지역의 논들이 땅을 높이 돋우는 바람에 이곳은 낮은 지대가 되었다. 그래서 물이 고이고 물이 흐르는 늪지가 되었다. 예전부터 굴포천으로 흐르는 개울이 있었다. 조선 시대나 그 후에 긴등 마을과 꽃다리 사이에 개울이 있었다. 꽃다리와 대장 초등학교 산언덕 사이에도 개울이 있었다. 이 두 개울이 합쳐져 굴포천으로 흘렀다.

지금도 제법 풍부한 물이 흘러 동부간선수로 아래를 통과 한 뒤 굴포천으로 흐른다. 이곳에 금개구리, 줄장지뱀 등의 비롯한 수많은 수생 동물, 수생 식물들의 보고가 되었다. 부들이며 갈대, 줄 등으로 습지는 가득 차 있다.
 
 
오곡 습지 <한도훈>
 
 
하지만 김포공항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이곳의 맹꽁이, 금개구리들은 대체 습지로 이사를 했다. 맹꽁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이다. 이곳에 골프장을 짓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는데, 눈으로 보이는 맹꽁이하고 금개구리는 조사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빠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환경영향평가에서 빼버린 이유는 단 한가지였을 것이다.

골프장 건설에 골치 아픈 것은 아예 조사에서 빼버리는 얄팍한 수단인 셈이다. 맹꽁이는 이렇게 삵과 무산쇠족제비, 수리부엉이 등과 같이 우리들이 보호해야 하는 아주 귀중한 존재이다. 

맹꽁이들이 이주를 해간 낯선 집에서 잘 살 수 있는 지... 잠을 설치지나 않을 지... 먹이는 풍부한 지... 오곡 습지 지역에는 토탄이 풍부하게 나는 땅들이기도 해서 맹꽁이, 금개구리의 먹이는 풍부했다. 맹꽁이는 개미 같은 작은 곤충들을 즐겨 먹는다. 

맹꽁이는 야행성이다. 낮에는 진흙 속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한 뒤에 밤에 나와 먹이사냥을 한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비가 오는 것이다. 봄날에 비가 오면 춤을 추면서 짝짓기에 돌입한다. 알낳기에 적당한 웅덩이가 생기기에 반기는 것이다. 물 속에 알을 낳아 올챙이가 되고 올챙이가 한 마리 맹꽁이로 성장해 간다. 그런데 이 웅덩이가 말라가면 자연스럽게 올챙이의 생명은 마감한다. 

맹꽁이가 완성채로 성장해갈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더디다. 백 마리에서 한 두마리만이 생존해 간다는 말이다. 그렇게 생존을 위해 발버둥을 치며 대장 마을에선 맹꽁이가 살아간다.

한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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